안녕, 돌아왔어요. (feat. 꿈의 제인)

체감상으로는 백년만에 블로그를 엽니다. 다시 방학이 왔으니까요. 아무도 안 궁금했겠지만, 아주 많은 일이 있었고, 나는 그중 어느 하나에도 익숙해지거나 초연해지지 못한 채 울고 달리고 토하고 춤추고 입 맞추고, 며칠 전에는 스물한 살이 되었습니다. 스무살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우왕좌왕 갈팡질팡 실수투성이였습니다. 스물하나가 된 지금은, 네.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고 우왕좌왕 갈팡질팡입니다. 새내기 때 만난 2학년 선배들은 다 세련되고 어른 같아서, 1년 뒤에는 나도 저렇게 될 줄 알았는데 아닌가 봐요. 사실 좀 무섭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들 성숙해진다는데, 왠지 나는 평생 이렇게 멍청하고 한심할 것 같습니다. 평생 자립도 못하고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 할 것 같아요. 그렇다고 엄청나게 심각한 고민은 아니고요, 그냥 '아... 평생 바보로 살아야 하면 어떡하지...' 정도의 불안.

A는 여전히 다정하고 명랑하고 나를 사랑합니다. 나는 그게 안심되고 무서워요. 포근함, 따뜻함, 사랑받는 기분, 심지어 '이렇게 살 수만 있다면 인생이 별로 무섭지 않아'라는 위험한 생각까지. A는 이 모든 반짝이는 것들을 내 품에 안겨줬고 난 어리석게도 순식간에 익숙해졌습니다. 이제 A가 사라지면 난 어떻게 될까요. 네가 나의 눈을 태양이라고 불러준 이후로 나는 그늘에서 나왔지(이제니 '블랭크 하치'). A가 나를 사랑해서, 예쁘다고 똑똑하다고 착하다고 말해줘서 이제야 비로소 조금씩 나를 사랑하기 시작했는데요. A가 사라지면 나는 다시 내가 살던 그늘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요. 그곳이 춥다는 걸 이제는 아는데요.

집에 손 벌리기는 싫은데 돈은 점점 떨어지고 학보사도 늘 문제투성이고 A는 한 달 뒤에 군대를 갑니다. 스물한 살. 나는 가족 같은 불안들을 양 팔에 안고 바보같은 제 자신을 욕해가며 계속 타박타박 걸을 거예요. 지치면 주저앉아 엉엉 울고 떡볶이를 사먹고 다시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까지 길바닥에 누워 있을 거예요. 설마 평생 누워 있게 되는 건 아니겠지. 아니, 평생 누워 있는 것도 별로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양지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