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진황 감독의 영화 <양치기들>을 본 건 1월 14일 kbs1tv 독립영화관에서였다. 꾸벅꾸벅 졸면서 12시까지 기다렸는데 영화가 끝났을 때는 눈이 말똥말똥해져 있었다. 큰 구멍 없이 쫄깃쫄깃하게 잘 만든 미스터리 영화.


2.

늑대다! 늑대가 나타났다! 그저 심심풀이였던 거짓말은 스스로 불어나고 증식해서 끝내 그 말의 주인인 양치기 소년을 잡아먹는다. 연극배우 출신의 완주가 "살인을 목격했다"고 경찰에 거짓 증언을 한 건 어머니의 수술비 때문이었다. 하지만 완주의 거짓말은 스스로 생각한 것보다 위험한 내막을 가지고 있었고, 살인 사건의 진실을 찾는 여정에서 완주는 수많은 양치기 소년을 만나게 된다. 늑대는 어디에 있을까. 그들은 왜 거짓말을 했을까.


3.

영화 속에는 수많은 거짓말이 등장한다. 완주는 미진을 모른척한다. 여대생들과 부킹을 하고 싶은 중년 남자는 가발로 대머리를 감춘다. 가짜 강선영은 엄마 없는 청년의 엄마가 된다. 그날 횟집에 모인 네 명의 청년은 저마다의 사정으로 거짓을 묵인하거나, 침묵하거나, 숨어 버린다. 거짓말을 팔면서 먹고살던 완주는 이제 자신이 뱉은 거짓말이 낳은 결과를 수습해야 한다. 모든 걸 밝혀내고 돌려놓으려는 완주의 노력은 과연 성공한 걸까. 미진이는 이미 죽어 버렸는데. 중반까지 속도감 있게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나가던 영화는 이 부분에서 침묵해 버린다. 결말은 너무 흐지부지 힘이 빠져서 '이렇게 끝나려고 완주가 그 고생을 했단 말인가' 싶을 정도. 영민이를 어떻게 설득했는지 정도는 알려줘야 될 거 아냐.


4.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완주 역의 배우 박종환이다. 그전까지 내게 그의 이미지는 웹드라마 <썸남썸녀>에서 외롭게 "썸남~~ 썸녀!!!"를 외치는 pd의 모습이었는데. 박종환은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하면서 '완주'라는 인물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관객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간다. 조금씩 자신을 조여오는 상황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그의 표정과 몸짓은 정말 어딘가에 있는 완주를 몰래 지켜보고 있다는 착각을 들게 할 정도. 하지만 내가 가장 놀랐던 건 그가 잘생겼다는 데 있었다. 영화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아니 박종환 잘생긴 거 왜 아무도 말 안 해줬어!' 였었다.

그리고 흥미로웠던 것은 살인 사건에 얽힌 네 청년 명우, 광석, 영민, 준호 역의 배우가 다 비슷비슷한 이미지였다는 것. 내가 사람 얼굴을 잘 못 알아보는 것을 감안해도 네 배우는 분명 외모에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 '결국 너네 다 똑같다' 라는 감독의 의도인가. 아니면 그냥 잘못된 캐스팅인가. 차라리 동철 역의 류준열 배우가 넷 중 하나를 연기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기도 하다.


5.

보면서 생각나는 영화가 많았다. 자신의 실수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커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자의 이야기였던 노덕 감독의 <특종:량첸살인기>, 묻어두었던 과거의 진실과 마주하는 네 남자의 이야기인 서호빈 감독의 <못>,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을 택하는 소년들의 이야기인 공귀현 감독의 <U.F.O.> 전부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인데, 생각해 보니 전부 남자 n명이 주인공이네. 여자도 거짓말 할 줄 알고 진실 밝힐 줄 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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