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커, 부커 오브 부커, 베스트 오브 부커.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부커상을 세 번이나 받은 유일한 소설, 살만 루슈디의 <한밤의 아이들>. 이 책을 읽은 2016년 11월 8일 (수능 직전이잖아???) 나는 일기에 이렇게 썼다.


난 오늘 드디어 <한밤의 아이들>을 다 읽었고, 금남로 사거리에서 살만 루슈디 만세를 외치며 뛰어다니고 싶다. 영어 공부 열심히 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원서로도 읽어보고 싶다. 비록 오늘 영어시험 망했지만...


나는 금남로에서 살만 루슈디 만세를 외치지도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지도 않았지만, 이 믿을 수 없게 시끄럽고 정신없고 거대한 (나는 이 책을 표현할 말조차 제대로 찾을 수가 없다) 책은 오랫동안 마음 속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줄곧 궁금했었다. 아니 이걸 대체 어떻게 영화화했다는 거지. 이런 소설을 두 시간짜리 영상으로 바꾸는 건 살림 시나이를 잡아 눕혀놓고 코 수술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해서, 굳이 영화를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네이버 n스토어에서 광고 한편만 보면 영화를 무료로 보여준다길래, 까짓거 코 수술한 살림을 한 번 만나 보기로 했다. 역시, 수술 전이 나았다.


2.

디파 메타 감독의 영화 <한밤의 아이들>는 내게 독립된 작품보다는 '이걸 어떻게 영상화했나 한 번 보자' 정도의 의미였는데, 그렇게 봤을 때는 꽤 괜찮은 작품이었다. 사방팔방 뻗어나가는 줄거리를 한 줄기로 추슬러서 정리하고, 살림의 인생과 인도의 역사를 함께 보여주는 데도 성공하고, 영상도 아름답고 재미도 있다. 살림과 아담 아지즈의 코가 그렇게 거대하지 않고 인물들이 전체적으로 다 미남 미녀라는 게 불만이긴 했지만, 정말로 원작에 묘사된 대로 생긴 배우를 쓰는 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았겠지(그래도 역시 살림의 코는 더 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 내내 '오이코' 같은 별명으로 불리는데 사실 그냥 평범한 수준이어서 원작 안 본 사람은 의아했을 것 같다구). 그리고 내 상상 속에서 우락부락 무릎괴물이던 시바가 너무 잘생겨서 놀랐네. 물론 영화에서도 끔찍한 인물이지만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고, 악역보다는 안티히어로처럼 그려져서 흥미로웠다. (보면서 시바×살림 밀면 벌 받을까..? 라는 생각까지 했다...) 그것 말고도 영화화를 위해 포기한 부분들이 눈에 띄는데, 내가 좋아하던 파드마가 사라지고 살림의 첫사랑(여동생 자밀라를 향한)도 잘려나갔다. 아담 아지즈와 '원장수녀님'의 이야기와 기억을 잃은 살림의 뗏목 여행(???)도 좋아하는데 많이 축소되었고.


3.

영화가 낸 수확도 있다. 원작에서는 갑자기 등장해서 좀 어리둥절하던 마녀 파르바티가 초반부터 비중 있게 나오고, 후반부에 살림이 머리 산발에 피투성이가 된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보자 그의 고통이 더 잘 전해졌다. 특히 아미나 시나이가 나오는 부분이 좋았다. 배우의 얼굴과 연기가 아미나의 내면을 소설만큼이나 효과적으로 보여준 것 같은, 영화가 그를 좋아하는 게 느껴지는. 그리고 마녀 파르바티가 원작보다 영화에서 더 존재감 있고 마녀 같았다. (시바를 기둥에 묶어놓고 키스할 때 '그렇지 얘가 뭘 좀 안다!' 라고 생각했었다..)


4.

나레이션이 원작자 살만 루슈디의 목소리라는 걸 방금 알았다. 내가 상상했던 루슈디 목소리 그대로네. 영화 속의 살림은 별로 시끄럽지도 능청스럽지도 않아서 좀 불만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원작에서도 파드마와 있을 때만 빼면 살림은 온순하고 내성적이었던 것도 같네. 


5.

원작을 읽은 사람이 가볍게 보면 재미있을 영화다. 잘 만들었고 결말은 원작보다 깔끔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원작을 안 읽은 사람은 좀 급전개라고 느낄수도. 그러면 원작을 읽으면 됩니다. 후회하지 않을 책이에요.

나는 이 포스터가 더 예쁜데
나는 이 포스터가 더 예쁜데
국내 메인포스터는 이거네..
국내 메인포스터는 이거네..
살림과 아미나. 살림 너무 평범하게 생겼어... 오이코 어디 갔어...
살림과 아미나. 살림 너무 평범하게 생겼어... 오이코 어디 갔어...
살림과 파르바티. 파르바티 예쁘다.
살림과 파르바티. 파르바티 예쁘다.
이것 봐 시바 잘생겼다구.. 이 사진은 히틀러처럼 나왔지만...
이것 봐 시바 잘생겼다구.. 이 사진은 히틀러처럼 나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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