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에는 매월동을, 오후에는 망월동을 다녀왔어. 매월동에는 화훼단지가 있고 망월동에는 공동묘지가 있어. 광주의 이편과 저편, 이름에 달을 담은 두 동네에서 수만 송이의 꽃을 보았어. 진짜 꽃과 가짜 꽃. 햇빛과 바람을 맞고 피었다가 시들고 버려질 꽃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몇백 년 동안 멀쩡하고 선명하게 남아있을 꽃.


매월동 화훼단지에서는 꽃향기 때문에 머리가 아팠어. 상인들은 빗자루나 숟가락처럼 심상하게 꽃을 들어 내게 보여주었어. 바닥에 물을 뿌리면 시든 꽃잎이 쓰레기처럼 흘러내려갔어. 함께 온 사람은 졸업을 앞둔 친구를 위한 꽃을 샀어. 나는 그와 같은 꽃을 골랐어. 죽은 사람을 위한 꽃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어. 신문지로 싼 꽃을 안고 오래 버스를 탔어. 품안에서 벌써 꽃이 시드는 것 같아 조바심이 났어.


망월동 영락공원에서는 아무런 향기도 나지 않았어. 죽은 사람 수만 명이 조화 꽃다발을 하나씩 들고 서 있었어. 아름다웠어. 살아있는 꽃을 보면서는 슬펐는데, 조화의 쨍한 색깔은 하나도 슬프지 않았어. 죽은 이에게 조화를 바치는 이유를 알 것 같았어. 남은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에게 슬픔을 주고 싶지 않았던 거야. 조악하고 행복한 플라스틱 영원을 선물하고 싶었던 거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분홍색 조화 장미를 들고 있었어. 나는 그 품에 흰 생화 꽃다발을 안겨 주었어. 죽었지만 아직 죽지 않은 꽃. 연약하고 향기롭고 상처 입기 쉬운 꽃. 말을 걸었어. 나는 곧 떠나. 이제 이렇게 찾아올 수 없어. 죽은 사람은 늘 그렇듯 대답하지 않았고 나는 그가 좋아했던 맛없는 커피를 마시고 돌아왔어. 나는 죽음과 영원과 죽은 사람을 여전히 사랑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했지만 진짜 꽃과 가짜 꽃의 찬란하고 비현실적인 색채만이 머리속에 가득했어. 왜 우리는 살고 아름답고 슬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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