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잘 지낸다고 대답해요.

진심을 기대하고 던진 질문도 아닐 테고

괜한 걱정 끼치고 싶지 않으니까.

하지만 현실엔 없는 어떤 사람,

내가 솔직해질 수 있는 그 사람이 묻는다면

삼십 분 정도 고민하고, 망설이고,

앙금 같은 생각들을 들여다보다,

결국 잘 지낸다고 대답할 것 같아요.


네, 잘 지냅니다.

도망친 곳에 행복은 없었고,

애초에 문제는 나에게 있었다는 걸 새삼 알았고,

그토록 갖고 싶어했던 모든 것들은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으며,

익숙한 외로움과 한심함은 아마

어디라도 영원히라도 날 따라올 거라는 걸 알았고,

결코 좋아할 수 없는 내 밑바닥을 몇 번이나 마주했지만,


잘 지내요.

여기도 반짝이는 것들은 있어요.

여전히 비틀거리는 발걸음이지만,

또 여전히, 예쁜 색깔의 조약돌을 줍고 있어요.

당연한 것들을 다시 배우고 있어요. 이를테면 완벽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

기대했던 일이 아주 나쁠 수 있고, 또 걱정했던 일이 별로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어쨌든 나는 내가 챙겨야 한다는 것.

나는 내가 지켜야 한다는 것.

이렇게 간단한 걸 이렇게 고생스럽게 배운다는 게

피곤하고 억울하고 화도 나지만,

그래도 어쨌든 잘 지냅니다.

아직 한 번도 울지 않았어요. 대신 런닝머신 위를 달려요. 땀 흘리고 샤워하고 나면 기분이 나아져요.


이런 거 아닐까요. 앞으로의 삶도.

슬프고 고단하고 문득 아름다운 것.

내일은 또 다시 나를 싫어하게 되겠지만

어쨌든 햇볕은 다정하겠죠.

그거면 됐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려구요.

양지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