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개월 반은 나의 '스무 살의 봄'이었다. 어떤 문학적 의미도 아니고 사실이 그랬다. 나는 너무 어릴 때부터 소설을 너무 많이 읽었고 청춘 드라마를 너무 좋아했고, 그래서 스무 살의 봄이라는 말에는 해질녘의 물결처럼 눈부시게 정신없게 반짝이는 후광이 잔뜩 따라붙는 것 같다고 늘 생각해왔다. 어지럽고 아름다운 것이 가득한 시절이라고. 정작 내가 살아본 스무 살의 봄에는 풋풋한 설렘도 없고 청춘의 고뇌도 없고, 대신 술 몇 병(그리고 바닥을 구르며 토하는 것)과 신문 다섯 부, 노란 햇빛 속을 오래오래 걸어가는 것, 스노우 셀카 몇 장, 어색한 미소, 독한 감기, 지구가 멸망해도 멈추지 않을 것 같은 멧비둘기 소리, 융통성 없는 사도교육원, 기차 여행, 한밤중에 불쑥 손을 잡던 남자애 하나, 그리고 낯설고 아름답던 몇 번의 밤과 새벽, 이런 것들이 있었다. 대학에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아 봄눈이 내렸고, 곧 목련이 피더니, 제비꽃, 민들레, 벚꽃, 철쭉, 장미, 달맞이꽃이 차례대로 피었다. 어젯밤 너와 손잡고 걷던 길에는 키가 크고 꽃잎이 풍성한 주황색 꽃이 피어 있었는데 이름은 알 수 없었다.


나의 대학 첫 학기는 어제 끝났다. 학교는 텅 비었고 방학 중 기숙사 입사를 신청한 나는 어제 신뢰관에서 율곡관으로 짐을 옮겼다. 이제 들을 수업도, 투덜투덜 욕하면서 해야 하는 과제도, 2주에 한 번 머리를 쥐어뜯으며 쓸 기사도 없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오래오래 누워 있기, 밀린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오래 걷기. 술 먹고 깔깔 웃고 뛰어다니는 건 당분간 쉬기. 방금 폭염주의보 문자가 왔고, 내 스무 살의 봄은 공식적으로 끝이 났다. 일기도 안 쓰고 책도 안 읽던 이상하고 명랑한 계절. 나는 오랜 행복을 믿지 않고 머지않아 다시 익숙한 우울과 손잡게 될 것을 알고 있지만, 아니 알기 때문에, 기억해 두려고 한다. 처음으로 고향이 아닌 곳에서 보낸 한 계절. 시시하고 아름다웠던 나의 스무 살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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