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뱀처럼 여름을 통째로 삼키고

드러누워 천천히 소화시키고 있습니다.

누에고치를 만들어 그 안에 웅크리고

모르는 나라의 음악으로 그 안을 채우고

읽지 않을 책을 베고 잠들어요

껍데기 속에서 시간은 천천히 흘러요

나는 점점 연해지고 어려집니다.


세상 모든 사랑이 지옥으로 떨어졌으면 빌던 것도,

수도꼭지를 틀고 몸을 꺾고 울며

아름답던 순간들은 다 어디 갔냐고 원망하던 것도,

삶이라고 생각하던 것들이 실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난자하던 나의 칼춤이었음을 깨닫던 그 순간도

다 없던 것이 되었습니다. 나는 아기처럼 몸을 말고 잠들고


나는 오래전에 죽었어요, 그리고 그게 참 마음에 듭니다

난 돌아가지 않아요

나를 삶의 진창으로 끌어올리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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